우리가 바라는 것

IgA 신병증 환우회는 세 가지를 요청합니다.

하나. 중증 IgA 신병증을 희귀질환으로 지정해 주십시오.
둘. 치료제의 건강보험 급여 등재를 서둘러 주십시오.
셋. 단독 상병코드를 신설해 주십시오.

이 셋은 별개의 요구가 아닙니다. 하나가 막혀 있어서 나머지가 전부 막혀 있습니다.

약은 있습니다. 환자가 못 쓸 뿐입니다

IgA 신병증은 국내 진단 연령의 중앙값이 34세입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가정을 꾸리고, 세금을 내기 시작하는 나이에 찾아옵니다. 그리고 단백뇨가 심하고 신장 기능이 떨어진 중증 진행성 환자는 약 50%가 3년 안에 말기신부전에 이르거나 사망합니다. 어렵게 신장이식을 받아도 20~60%에서 재발합니다.

2024년 11월, 이 병의 진행을 늦추는 표적치료제가 식약처 허가를 받았습니다. 9개월 치료로 투석 시작을 최대 12.8년 늦출 수 있다는 예측 결과가 나온 약입니다.

허가가 난 지 20개월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급여 기준은 설정되지 않았습니다. 지금 이 약을 쓰려면 환자가 월 600만 원을 전액 부담해야 합니다.

그 사이에도 환자들은 투석실로 들어갑니다.

왜 막혀 있나

2026년 7월 23일 국회 정책토론회에서 그 구조가 공개적으로 확인됐습니다.

① 단독 상병코드가 없습니다.
IgA 신병증은 독립된 진단 코드 없이, 단순 혈뇨 증상을 포괄하는 N02 코드에 묶여 있습니다.

② 그래서 환자가 몇 명인지 아무도 모릅니다.
질병관리청은 희귀질환 지정이 반려되어 온 이유로, 관련 코드에 전체가 묶여 있어 유병 인구가 2만 명 미만임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자료가 부족했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③ 그래서 희귀질환으로 지정되지 못합니다.
희귀질환 지정 요건은 유병 인구 2만 명 미만입니다. 셀 수 없으니 요건을 증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④ 그래서 약을 쓸 수 없습니다.
희귀질환으로 지정되지 않으면 산정특례 대상이 되지 못하고, 급여가 되더라도 본인부담이 커 대다수 환자는 감당할 수 없습니다.

10년 넘게 반복된 이 순환의 출발점은 행정입니다. 세지 않아서 적어 보이는 것이지, 적어서 안 센 것이 아닙니다. 국가가 세지 않기로 한 환자는 존재하지 않는 환자가 됩니다.

셀 방법은 이미 나와 있습니다

대한신장학회는 같은 자리에서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단백뇨 1.0g/일 이상, 사구체여과율(eGFR) 30~90 구간에 해당하는 고위험 중증 환자만 선별하면 약 4,800명으로 추정된다는 것입니다.

또한 질병 경과가 유사한 다낭성 신장병(ADPKD)이 진행성 중증도를 척도로 산정특례 대상에 지정된 선례가 있음을 함께 지적했습니다.

전체를 한 덩어리로 놓으면 셀 수 없지만, 중증도로 나누면 셀 수 있습니다. 그 방식은 이미 다른 질환에서 쓰이고 있습니다. 못 하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은 것입니다.

이것은 지출이 아니라 회수입니다

혈액투석 환자 한 사람에게 드는 진료비는 연간 2,736만 원입니다. 투석 치료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지출은 한 해 약 2조 6천억 원에 이릅니다.

치료제로 투석 시작을 13년 늦출 수 있다면, 환자 한 사람당 약 3억 5천만 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쓰지 않아도 됩니다. 여기에 그 사람이 13년 더 일하며 낼 수 있었던 소득과 세금은 계산에 넣지도 않았습니다.

지금의 계산에는 약값만 들어 있습니다. 투석 비용이 평생 나가는 것, 이식 비용, 이식 후 재발, 그리고 30~40대 환자가 일을 못 하게 되어 사라지는 소득은 들어 있지 않습니다.

주 3회, 회당 4시간의 투석은 한 사람의 일주일을 4일로 만듭니다. 약을 쓰지 않아 아끼는 돈보다, 그 사람이 투석으로 가면서 국가가 잃는 돈이 훨씬 큽니다.

가장 값싼 치료는 언제나 가장 이른 치료입니다.

정부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2026년 7월 23일,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의실. 공개된 자리에서 나온 답변을 기록으로 남깁니다.

기관 발언 요지
질병관리청 코드가 묶여 있어 유병 인구 입증 자료가 부족했고, 보존적 치료 위주라 본인부담 수준을 높게 제시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제약사가 급여 등재를 재신청한 상태이며 절차에 따라 급여 적정성을 검토 중. 학회의 전문가 자문을 긍정적으로 참고하겠다
보건복지부 하반기 희귀질환 치료제 신속 등재 시범사업을 준비 중. 지난 심의에서 미설정된 사유가 보완되면 신속하게 급여 절차를 챙기겠다

세 기관 모두 “보완되면 하겠다”고 했습니다. 보완해야 할 자료는 학회가 그 자리에서 제시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시간뿐입니다.

저희에게 심사의 1년은 서류가 검토되는 1년이 아니라, 콩팥 기능이 되돌릴 수 없이 떨어지는 1년입니다. 중증 환자의 절반이 3년 안에 말기로 갑니다. 심사에 3년이 걸리면, 그 약이 급여가 되는 날 저희 절반은 이미 투석실에 있습니다.

저희는 이 약속이 지켜지는지 계속 지켜보고,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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